송인서적 부도와 출판계 몰락에 대한 대안

송인서적 부도와 무너지는 출판계

송인서적 부도 기사를 접하고 출판계가 함께 몰락하게 될 것 같다는 전망을 보고 나니 참 착잡한 기분이 듭니다. 왜냐면 회사 하나가 무너지는게 아니라 관련 업종과 그에 따른 노동자들이 전부 실직하게 되리라는 큰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죠.
대략적으로 생각해봐도 일단 송인서적이라는 회사가 망하고, 관련된 200여개의 출판사가 부도의 여파로 줄줄이 도산할 가능성이 크고, 그 곳에서 일하던 사람, 외주를 받던 사람, 인쇄를 해주던 업체 등등 줄줄이 영향이 가는겁니다.

사실 출판업계는 항상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업계이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근본적으로 좀 이야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 ‘많이 못 벌어서 버티기 어렵다’가 아니라 ‘문을 닫아야한다’라는 의미로 봐야하는데요.

사실 근본적으로 양장본 위주의 출판 문화와 정가의 40%에 육박하는 대형서점 유통마진, 그리고 도서정가제가 무척이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에 따른 대안을 몇 가지 생각해봤는데요.

페이퍼북 , e북 활성화

굳이 양장본으로 만들 필요도 없는 책들도 무조건 하드커버에 묵직한 책으로 만드는게 좀 의아합니다. 불법복제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e북에 소극적인 출판문화도 사실 불만스럽고요. 내심 아마존이 적극적으로 한국 진출을 꾀함으로 인해 출판계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길 기대한 적도 있습니다만, 소식이 뜸하네요.

일단 손쉽게 잡지 사서 읽는 듯할 정도로 부담 없이 가벼운 페이퍼북 보급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디지털 파일로 출력 맡기는 판에 e북이 한참 뒤에 나오거나 아예 나오지 않는 경우도 좀 답답합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면 계속해서 캠페인도 벌이고 올바른 저작권 행사에 대한 법률도 강화하면서 건강한 문화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도서정가제 폐지

도서정가제는 사실 허울뿐인 제도입니다. 1년이내의 신간은 10%이내의 할인만 가능하다고는 합니다만, 적립금과 카드 할인, 쿠폰까지 끼어맞추면 이런 규제를 피해가는건 일도 아닙니다. 얼마전에 저도 1만5천원짜리 책을 5,500원에 무료배송으로 구입했습니다. 이런 유명무실한 제도는 사실상 동네서점들만 더 죽이는 판입니다. 잘 안팔리는 악성재고를 할인을 해서라도 좀 털게끔 해줘야겠죠.

최근 알라딘 중고서점이 사세를 확장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게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금전적인 문제도 크다는걸 반증하는 현상이 아닐까요.

대형서점은 규제를 하더라도 동네서점이라도 좀 규제를 풀어줘야 소상공인이 더 힘을 받지 않겠습니까? 항상 뭔가 거꾸로 간다는 느낌입니다. 밑바닥에서 올라오려는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계속 짓밟으려한다는건 단순히 저만의 피해의식일까요?

여가시간 확보를 위한 정시 퇴근 보장

출판계와 정시 퇴근이 무슨 관계가 있냐 싶겠습니다만, 사실 매일같이 야근하고 피로에 쩔어있는 사람들에게 독서까지 할 시간을 내라는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그 사람들은 정말 다른 것들을 다 미뤄두고 최우선으로 독서라는 취미를 지향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중적인 독서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여가시간도 충분히 확보가 되야합니다.

점점 책을 안 읽는 세태에 대해서 다들 정신이 해이해졌다는 식의 타박만 할게 아니라 독서 문화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선택의 폭을 제공해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독서는 사람에 따라 읽는 속도가 다르긴 해도 기본적으로 다른 문화생활에 비해서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형태의 취미입니다. 이야기를 곱씹으며 푹 빠져들기 위한 시간과 집중할 체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독서문화 장려를 위한 캠페인

과거에는 “책을 읽읍시다”와 같은 예능형태의 교양프로그램들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거의 전무하죠. 지금은 맛집탐방에 전부 푹 빠져있습니다. 매우 원초적인 욕구에 충실한 편성들이죠. 남성이건 여성이건 서로의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거나, 맛집을 탐방하거나 거의 같은 맥락입니다.

최근에 “서가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니 이런 문제성을 깨닫고 나온게 아닌가 싶은데요. 문화관광부같은데서 평창 올림픽과 말 타는데 쏟을 노력을 조금만 더 할애해서, 독서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인 문화형성을 위한 노력을 해야하는것 아닌가 싶습니다.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수단이 아니라 생각의 폭을 넓히고 인식을 개선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밑거름입니다.

교보문고의 창업자가 남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이를 아주 압축적으로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정말 사람들이 점점 상식과 배려를 망각하고 “진상”이란 이름으로 행패를 부리는 것도, 전부 생각의 폭이 좁아지고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기회주의자들을 몰아내야합니다

지식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교수네, 장관이네, 정치인이네 하며 자리잡고 앉아서 지식을 무기삼아 사람들을 제압하는 수단으로 일삼는 마당에 진정한 의미의 지식인이 어디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지식있는 사람은 즐비하나 지혜있는 사람이 없는 세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걸 알고 서로 배려하기 위한 양보의 미덕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이런 세태에 대해 올바른 비전을 제시해 줄 지혜로운 사람이 무척 필요한 세상입니다.

이미 故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피력했습니다만, 그 인문학이라는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모두 생각하는 힘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야겠죠. 그 힘은 독서를 통해서 길러지는거구요.

올바른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올바른 세상을 싫어합니다. 올바르지 못하고 속이 시커먼 사람들이 빛을 싫어하는 이유는, 빛이 오면 어두운 곳에 감추어 놓았던 것들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어두워야 자기가 시커멓다는걸 감출 수 있기 때문이죠. 더럽고 부패한 것들을 드러내줄, 빛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셈입니다.

출판업계의 정상화도 필요합니다

늘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생존을 위협하던 출판업계도 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을 돈벌이로만 보고 저작권 침해와 불법 복제, 인건비 후려치기 등 부정한 짓을 일삼던 사람들도 대거 정리될 필요도 있습니다. 좀 더 제대로 된 의식을 갖고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더 힘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케팅이 중요한 요소이긴 합니다만, 마케팅의 승리로 좋은 컨텐츠로 포장되는게 아니라, 좋은 컨텐츠이기 때문에 마케팅에 대한 부담 없이 판매가 수월한 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럴려면 무엇보다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컨텐츠 생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하고, 그럴려면 최소한 생계의 위협은 없어야겠죠.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돈을 벌기는 커녕 다들 굶어죽지 않으려고 이 업계를 떠나는 판입니다. 심각합니다 정말.

송인서적 그리고 출판업계의 몰락은 단순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넘어서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비롯되는 병폐의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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