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형 배너 디자인 변경 사례 – 창업 초기 홍보물

실외형 배너 – 디자인을 바꾸면 어떤 일이 생길까?

실외형 배너 설치물은 창업 초기에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홍보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실제로 길거리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마침 이번에 제 절친한 친구가 조그마한 테이크아웃 전문 스몰카페를 창업하게 되서 디자인 해줄 일이 생겼습니다. 원래 있던 카페를 인수해서 운영하게 되었기때문에 기존에 있던 홍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실외용 배너
이런 디자인으로 아주 오랜 시간동안 서 있었던 배너였습니다만, 제 눈에는 문제가 있어 보였어요.

위의 배너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는게 느껴졌습니다. 커피 분위기도 내고 싶고, 가격에 대한 안내도 하고 싶은데, 뭔가 톡톡 튀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빨간색으로 범벅을 했죠. 제품도 붉고, 배경도 붉고 죄다 붉은게 문제였습니다. 심지어 그 와중에 붉은 글씨도 눈에 띄네요.

아무튼 중요한건 한가지도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보통은 사장님들이 요구하시는대로 디자인을 하면 이런 식이 됩니다. 하지만 친구 좋다는게 뭐겠습니까.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기 위해 부담없이 적극적으로 어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무조건 심플하게 가자

실외용 배너를 무조건 심플하게 만들자고 적극 주장한 이유가 있습니다.

  • 주변에 휘황찬란하고 화려한 귀금속상가가 좌우로 자리잡고 있다
    – 이 상황에서 똑같이 화려하게 가면 오히려 승산이 없습니다. 화려하기로 치면 조명까지 번쩍거리는 귀금속 상가가 더 눈에 띄죠. 시야에 전혀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 이미 주변에 복잡한 이미지가 많이 자리 잡고 있다.
    – 친구가 창업초기다보니 인테리어에 대한 투자를 전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전에 영업하시던 분이 있는 힘껏 화려한 이미지로 도배해놓은 상태라 더더욱 튀는 이미지는 지양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런 취지를 친구에게 잘 설명했고, 이것이 적극 반영되서 나온 디자인이 아래와 같은 상황입니다.

실외용 배너
새로 적용한 배너 디자인

일단 몇 가지 더 고려한 것이 있습니다. 며칠 그 친구의 가게를 오가다보니 의외로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고 있더군요. 그래서 공공기물에서도 적용되는 언어인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별도로 기입했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이미지 없이 멀리서도 눈에 띄도록 밝고 선명한 붉은 톤에 흰색 텍스트로 주요 판매 인기 판매 품목을 정리해 주었습니다. 친구는 거의 8가지 이상의 메뉴를 담고 싶어했지만, 저는 최소화 하기를 권장했고, 타협해서 정해진 것이 위의 5가지 메뉴였습니다.

눈에 띄는 변화 – 매출 상승

며칠 뒤 친구로부터 고맙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테이크아웃 카페 특성상 겨울철에는 바깥에 서서 기다렸다가 커피를 사가지고 가는 사람이 흔치 않습니다. 주변 상가에서 팔아주는 단골에게 의지하더라도 워낙에 판매가가 저렴한 상황이라 하루 매출이 형편 없었습니다만, 배너 새로 바꿔 달고 나서 평소보다 2배 더 많이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관광버스가 매일 코앞에 서서 우루루 내리던 중국인들도 외면하다가, 비로소 커피를 사마시러 온다더군요. 오히려 말귀도 못알아듣는 외국인이 와서 주문한다고 곤란해하는 행복한 고민을 토로합니다.

배너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최소 몇 달 전부터 그 자리에 자리잡고 있었을 것입니다. 없던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없는 것처럼 눈에 걸리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이런 경우에 영화나 드라마를 예로 듭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과 그 뒷받침이 되는 조연이 있듯이 디자인에도 주조연의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비슷한 장르의 이야기라도 캐릭터가 확실하고 메세지 전달이 명확해야 사람들이 더 흥미롭게 느낄 수 있습니다. 조연이나 엑스트라 마저 뛰쳐 나와서 이야기를 끌어가려고 하다보면 누구 이야기에 집중해야할지 몰라서 우왕좌왕 되다가 표류하게 되죠.

저렇게 조금만 드러내도 괜찮은건가?

대다수의 중소영세기업 사장님들은 취급하는 품목들이 전부 다 중요하다고합니다. 네 그 말씀도 맞습니다. 다 잘 팔려야 좋은 건 명백한 사실이죠. 하지만 홍보물의 1차적인 목적은 판매가 아니라 손님이 들어오게끔 하는 것입니다. 저 친구도 메뉴는 20여가지 정도됩니다만, 배너에 노출 된 건 고작 5가지입니다. 사실 저는 더 줄이고 싶었어요

일단 저렴한 상품으로 손님의 발길을 이끌고 난 뒤에, 좀 더 많은 메뉴가 있다는걸 보여주며 선택의 폭을 제공하면 되는 겁니다.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에서도 흔히들 쓰는 방법이죠.

이렇게 배너를 바꾸고 난뒤 부쩍 바빠졌다며 친구녀석이 참치집에 데려가서 거하게 밥을 사주더군요. 참치 별로 안좋아하는데… 뭐니뭐니해도 친구녀석이 기뻐하는걸 보니 참 기분도 좋지만, 제가 권한 방법이 실질적으로 효력이 나타나는걸 보니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전략이 먹혀 들어갔으니까요. 물론 시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탓에 효과가 나타난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됐나

친구는 며칠간 배너 덕을 본다면서 평소보다 밀려드는 손님에 힘들어 죽겠다며 행복한 고민을 토로했습니다만, 너무 눈에 띄었던 탓일까요. 구청에서 단속반이 나와서 철거해갔습니다. 그 분들이 괜히 돌아다닐 일은 없고 아무래도 주변에서 민원을 넣은 모양입니다.  몇 달 동안 서있어도 존재감 없던 그 배너가 어느 날 존재감을 얻은 순간, 단속의 대상이 되어버려 찬물 끼얹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참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네요.ㅎㅎ 어찌됐건 그 친구는 이제 날이 풀리니 점차 매출은 다시 상승하겠지만, 그래도 더욱 매출을 증진하면서도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 홍보물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습니다. 기왕 있는 돈 다 털어서 창업한 친구가 불황에 대응하는 저렴한 가격대의 아이템을 무기로 삼고 있는데, 어떻게든 잘 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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