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산그림 일러스트레이션 표준단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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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그림 일러스트 2017년 표준단가표 공개

일러스트 표준 단가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입니다. 업계 종사자들끼리 의견 일치가 되지 않아 항상 끊임없이 잡음이 발생했죠. 문제의 내막을 들여다보기 전에 먼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최근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학창시절 우리나라 교육은 전반적으로 “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가정에서는 물론 학교에서조차도 선생님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단순 노동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었죠. 그래서 그런 일을 하면 큰일 나는 것 처럼 주입된 상태로 성장해왔습니다.

어린애들이 돈 밝히면 안된다는 식으로 돈에 대한 관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보니,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앞으로 맞딱뜨리게 될 노동소득에 대한 교육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있었죠. 오로지 대입수능시험에 적합한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학교에서도 저 같이 정규수업에 무관심한 학생과 4년제 인서울 진학가능한 학생들과의 대우가 판이하게 달랐던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상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모든 학생을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판가름하는 제도라고 봐도 거의 무방한 수준입니다.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고 그 성적에 따라서 그 사람의 직업과 미래의 가치가 정해지도록 각인시키는 것이 유년시절부터 지속되는 시스템인겁니다. 일말의 다른 가능성도 품지 말고 오로지 이것이 옳은 것이라고 강요받는 시스템이죠.

일러스트
출처가 불분명한 이미지라 원 저작권자를 알 수 없네요. 아무튼 현재 대한민국 교육시스템도 이 그림과 크게 다를바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됩니다.

단가표를 앞에두고 왜 이런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냐면, 사실상 이런 시스템에서 자라온 사람들이다보니 적당한, 그리고 정당한 금액을 책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누구도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돈을 받기만 해봤지 주고 부려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책정한 단가표다보니 어딘가 모르게 묘한 헛점이 있습니다. 저도 그걸 깨닫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조금씩 문제가 느껴지더군요.

사실상 2017년 단가표도 기존의 단가표와 다를것이 없습니다. 저 작업비용이 어떻게 무슨 이유로 책정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작업비용이 어떻게 책정되느냐에 대해서 조금 더 들여다볼까 합니다. 보통 작업비용은 업계에서 분야별로 공공연하게 표준시되어있는 작업비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신입에게는 그런 정보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열심히 사람들과 만나서 선배들하고 친해지면서, 연락주고 받으며 간신히 귀동냥으로 얻는 그 단가들. 그것 조차도 이 사람 다르고 저사람 다르고 중구난방 제각각입니다. 자기 기준대로 이야기하기 때문이죠. 사람마다 시장에서 인정받는 가치가 다르다는 점을 무시하고 일괄적인 비용을 주장하는겁니다.

그래도 일을 어렵게라도 얻었다 칩시다. 양심적으로 단가를 책정해주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다행입니다만, 대부분은 당하면서 시작하는게 이쪽 업계에서 입문단계에 겪는 무수한 곤란중 하나입니다. 결국 걸려온 전화 한 통에서 단가는 이미 책정된 상태고, 제대로 책정했나 싶어 뒤늦게 선배한테 찾아가면 왜 그거밖에 못 받았냐는 타박만 돌아옵니다. 자괴감이 들고 작업은 의욕을 상실한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악순환이죠.

그리고 신입에게 접근한다는것 자체가 기존 작가보다 싼 값에 부릴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저 단가표에서 이야기하는 비용을 이야기해봤자 신입은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저 비용 주고 부릴꺼면 그동안 익숙하게 작업해온 기존 작업자에게 맡기지 굳이 검증되지 않은 신입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의 리스크 비용을 생각하게 되는겁니다. 그래서 무턱대고 선배들이 알려준 단가대로 이야기하면, 신입들에게는 일이 돌아갈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그 비용이라면 원래하던 작가들한테 도로 연락이 가겠죠. 비용도 같은데 굳이 새로운 사람과 일을 하려면 조율해야할게 많아지니 기존 작가와 일하는게 더 편하니까요.

일러스트레이션 단가표대로 받을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요

그나마 일러스트레이션 단가표대로 주장해서 얻어낼 수 있는 작가는 다소 제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비용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쓰고 싶은 작가여야한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저 단가표를 의존해야할 정도의 경험없는 신입중에 그런 작가가 많은가요?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꼭 모셔가고 싶을정도로 인정받는 사람들보다는 보통 대부분 고만고만한 재주로 먹고 사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스페셜리스트로 취급받는 사람들은 극히 제한적이고 그들조차도 트렌드가 지나가면 찾아주지 않는 춥고 외로운 삶으로 돌아가기 일수입니다. 일을 주는 사람들도 꼭 재정이 풍부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적은 비용밖에 허락되지 않는 영세한 규모의 사업자들도 많은게 현실이죠.

그런데 저런 일러스트레이션 단가표를 배포하면서 꼭 붙는 단서들이 있습니다 “이 작업비용 밑으로는 받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이 말은 무언가 묘한 느낌을 줍니다. ‘너네가 적게 받아서 나도 손해보고 있어’ 라는 무언의 메세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죠.

뭐 일단은 업계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이야기를 합니다만, 제가 봤을때 정말 업계를 지키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단가표 작성에 조금 더 고민을 해야합니다. 저 단가표는 그냥 주변 작가들 의견수렴후 엑셀작업에만 공을 드렸을뿐이지 근본적으로 저 단가가 나온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저 단가표만 달랑 내던져주면, 결국 저 단가표에 명시되지 못한 수많은 파생작업들에 대해서 신입들은 여전히 가격을 책정할 수 없어서 또 다시 엉망진창으로 가격책정을 하게 됩니다. 시장가격은 다시 붕괴하기 시작하고 오랫동안 작업해온 작가들은 경력과 반비례하여 나날이 떨어져가는 작업비용을 보며 과연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싶은 회의가 찾아오죠.

현실적인 단가를 어떻게 정할것인가?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만, 밥장 작가의 인터뷰에서 “시급”이란 표현이 나옵니다. 보통 사람들이 시급이라고 하면 최저시급 6470원(2017년기준)을 떠올립니다. 겨우 내가 시급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란 말인가 싶고 아예 논외로 치고 싶어하죠. 그런데 밥장 작가는 당당하게 “내가 시급 5만원짜리 사람이라고 치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죠. 시급이 5만원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프리랜서들이 활동하는 사이트를 보면 자기를 시간당 얼마에 쓸 수 있는지 명시되고 있더군요. 저도 시급에 대해서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다들 프리랜서라면 시간관리가 생명이라고만 이야기했지 정작 시간의 가치를 어떻게 책정하는가에 대해서는 표현이 없습니다.

조금 더 체감하기 쉽게 연봉을 시급으로 환산해봅시다. 신입이 요즘 얼마를 받는지 모르겠습니다만, 1,800만원을 주5일(월 근무 일수를 21.5일로 계산),일9시간 근무로 환산해보면 시급 7,751원이 됩니다. 최소한 최저시급보다 높죠? 그럼 2,400만원을 위의 조건으로 환산해보면 시급 10,335원입니다.  또 반대로 최저시급으로 위의 조건을 대입해서 연봉환산해봅시다. 1,500만원정도 되네요. 1,500만원을 국회의원 연봉으로 책정해버릴 수 있다면 그러고 싶네요. 어떤놈들이 정해놓은건지 정말 하나하나 데려다가 그놈들의 연봉을 1,500만원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습니다. 

밥장작가가 이야기한 시급 5만원을 위의 조건에 대입해서 연봉으로 환산하면 116,100,000원입니다. 단순 계산으로만 보면 연 수입 1억은 넘는다는 이야기네요. 물론 프리랜서가 항상 365일 끊기지않고 일하는 사람은 드물기때문에 단순히 시급만으로 그 사람의 연 수입을 추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략 어느정도 가치를 주장하고, 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사람인지는 가늠할 수 있겠죠.

자 아무튼 이런식으로 계산하면 조금 윤곽잡기가 수월해집니다. 간단한 캐릭터 하나 그리는데 아이디어 도출부터 실제 작업까지 며칠 걸리는지 계산해서 7일 일정으로 작업한다치면 시급 1만원씩 책정해도 63만원입니다. 산그림 단가표에서는 그냥 50만원이라고만 써있다보니 이게 며칠에 걸쳐서 해야할지도 불분명합니다.

무턱대고 50만원이라고 부른 뒤 클라이언트에게 이런저런 수정요청을 받고,추가비용 이야기도 꺼내지 못한체 한달 두달 끌다보면 정말 내가 돈 받고 할 작업인가 싶은 상황도 옵니다. 물론 하루만에 오케이!하면 일당 50만원을 벌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런 일이 흔하던가요?…

50만원에 캐릭터를 시급1만원의 가치로 작업해야한다면 5.5일(일 9시간 근무 기준)의 일정으로 계산을 잡아야합니다. 수정비용을 따로 받지 못한다면, 3~4일안에 본 작업을 끝내고 나머지 기간은 수정과 컨펌을 받는 시간으로 계산해야겠죠. 그러면 자신이 어떤 스타일로 작업해야 이런 일정이 나올지 가늠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대충 이런식으로 계산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막상 책정하고 작업해보니 기간이 더 오래걸렸다면, 다음 작업때는 손해보지 않는 작업비용을 책정하는데 가이드라인이 되어줄 수도 있습니다. 50시간으로 예상하고 50만원을 책정했는데 실제로 70시간이 걸렸다면, 다음에는 70만원을 받아야겠죠.

50만원이라는 비용에만 매달리면, ‘내가 그림 그리는 속도를 높여야겠구나’라는 단순한 접근밖에 못하더군요. 그러다보면 일정에 쫓겨서 어쩔 수 없이 표절을 했다. 트레이싱을 했다. 뭐 그런 류의 변명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안타깝지만, 비겁한 이야기죠. 그렇게 할 줄 몰라서들 안하는게 아닙니다.

참고로 저는 작업 난이도에 따라서 정말 간단한건 시급 1만원부터 시작해서 2만원까지 책정하고 있습니다. 고작 그거밖에 안받냐, 혹은 뭐 그렇게나 많이 받냐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시장에서 인정받는 가치가 이 정도 수준이구나 싶은 경험에서 비롯된 작업비용입니다.

적어도 산그림 단가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할 정도로 작업 단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상태라면, 제가 이야기한 방식으로도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작성한 글입니다. 물론 저 일러스트 단가표를 보고 저 비용을 받으려면 자신이 일정을 얼마나 잡아야하는지 역으로 계산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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