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

알폰스 무하

아르누보 스타일의 대가

알폰스 무하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예술가입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그에게 영감을 받은 많은 작가들이 나와 그의 작품에 여전히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보통 알폰스 무하라고 하면 아르누보 양식의 대가이자 아름다운 여인을 그려낸 사람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알폰스 무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이 대체로 그러한 것들이 많았습니다만, “알폰스 무하와 사라 베르나르”에서는 조금 더 알폰스 무하의 작품과 더불어 개인적인 전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타고난 예술가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고갱과 고흐라는 걸출한 인물들과 동시대를 살았던 무하는 타고난 예술가가 아니라, 끊임없이 구애한 끝에 경지에 다다랐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프라하의 예술학교에 지원했을때만해도 그는 재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입학을 거절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때 귀족의 후원을 받으며 아카데미를 다니며 작업을 이어가던 호시절도 있었지만, 급변하는 시대는 그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아르누보의 별 그리고 전설이 된 배우 – 사라 베르나르

우여곡절끝에 파리에 다다른 무하는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고난을 겪지만, 운명처럼 다가온 사라 베르나르의 공연 포스터 ‘지스몽다’의 석판화를 맡으며 새로운 삶을 얻게 됩니다. 사라 베르나르라는 인물은 무명의 무하에게 기회를 안겨준 동시에 무하의 그림을 통해 흡사 여신과 같은 이미지를 얻게 되었고, 무하는 사라 베르나르를 그림으로써 전성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자기 민족에 대한 사랑 – 슬라브 서사시

그저 이야기가 여기까지였다면, 이 책은 단순히 무하의 인생 성공담에 그치는 수준이었겠지만, 본격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그 이후였습니다. 무하는 유년시절 종교적인 영향과 맞물려 슬라브 민족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항상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기에 슬라브 서사시를 통해 그것을 떨쳐내고자 합니다. 슬라브 민족과 종교, 그리고 체코의 굵직한 역사를 다루는 20점이나 되는 대작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 떠나있던 고향과 자신의 민족에 대해서 탐구하고 그려내야했기에 쉽지도 않고, 시간과 금전적인 면에서도 큰 부담이 따랐습니다.

미국의 기업가 찰스 리차드 크레인을 만남으로써 그의 꿈은 실현될 수 있었고, 이 만남은 예기치 않게 체코 슬로바키아의 독립과도 맞물리는 극적인 이야기를 낳습니다. 단순히 그는 다재다능한 예술가를 넘어 자신의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며 삶을 즐기는 보헤미안이었습니다. 살아 생전 그의 작품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화제거리가 되었지만, 그의 말년에 남긴 슬라브 서사시를 비롯한 많은 작품들은 민족의 정신을 고취시키며 체코의 독립을 향한 열망을 불태웠습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

“알폰스 무하와 사라 베르나르”를 통해 둘러본 무하의 삶을 알고난 후 다시 찬찬히 무하의 작품들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무하의 작품은 아름다운 여인을 담았으나 그것이 천박하거나 외설로 비취지 않는 이유는 그의 작품 속 여인들을 통해 민족에 대한 사랑과 더 나아가 그가 품고 있는 인류애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무하의 삶을 알기 전까지는 그의 작품을 보며 단순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양식에 도취되어, 그가 품고 있던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사랑을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겁니다. 후반부에 슬라브 서사시를 소개하며 체코, 슬로바키아와 슬라브 민족의 역사에 대해 다루는 부분은 생소하여 읽기가 수월하지 않았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술술 읽히다보니 책을 사자마자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적극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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