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 뭔지 궁금해서 사보았습니다

사실 기획이라는 건 늘 필요한 요소입니다. 일을 하면서 항상 뭔가 빠진 것 같이 느껴지는 부분. 그게 늘 기획의 부재였습니다.  제가 일하는 환경은 늘 그랬습니다. 누군가는 기획을 담당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기획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모두들 어디서 본듯 하거나, ‘누가 이렇게 하더라’ – 이런 식으로 흉내내기 식으로 일을 해왔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기획자라는 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영세업체에서 무척 사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2~3명 몫을 하고 있음에도 늘 닥달하는 곳들이 많은 현실을 생각하면, 더더욱 기획자는 꿈도 꾸어보지 못할 존재입니다.

그렇다고 기획자가 있다고 그 일이 또 제대로 돌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기획자의 역량에 따라서 일의 성사는 무척이나 판이하게 달라질 뿐 아니라, 기획자와 다른 인력간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기획자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실현이 안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죠.

결국 내가 기획을 공부해봐야겠습니다

기획을 공부하겠다는 이야기는 기획자가 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획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었다고 표현해야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떤 전문분야든지 학습하고 연구하고 경험하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들만큼 잘할거란 기대보단,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면 조금은 협업이 쉬워질 것 같다는 생각에 입문서라도 읽어보자는 생각에서 뒤져보게 되었죠.

사실 입문서라고 하는 것들은 쉽게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이 입문서다’ 라고 친절하게 밝히는 책들이 흔치 않기 때문이죠. 그렇게 목마르게 서점을 뒤지다가 눈에 들어온게 이 책이었습니다. 기획의 정석. 예전에 보았던 웹 기획에 관한 책들은 지나치게 관념적인 부분에서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학문 수준으로 연구하는 이가 아닌 이상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획의 정석은 회사에서 일어날 법한 일부터 일상의 소소한 부분까지 두루 다양한 예시를 통해 기획을 쉽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저에게는 무척 흥미를 유발하는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냥 소비자 심리가 어쩌고 뇌 과학 이론상 어쩌고, 소비자 행동 패턴 분석이 어쩌고 이런 지식의 나열이라면 아예 펴볼 생각도 안 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친절하게 기획에 입문하거나, 당장 사소한 포스터, 전단지라도 급하게 만들어야할 상황에 요긴하게 써먹을만한 발상법들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꼭 기획 전문가가 될 생각이 아니더라도, 직접 서비스와 제품을 알리는 사람들이라면 참고할만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습니다

독자 타겟을 어떻게 정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서문은 하나님에 대한 감사로 시작합니다. 저는 이런 유형의 감사들을 무척 혐오합니다. 골 넣었다고 기도하고, 상 탔다고 기도하는 사람들 한심하게 봅니다. 하나님께서 겨우 골 넣고 상 타는데 능력을 더했을까요? 이런 행위들은 참 격을 떨어뜨리는 행동들입니다. 원시적인 기복신앙에서 비롯된 행위입니다. 댓가를 기대하고 그 댓가에 값을 치루는 수준입니다. 믿음의 댓가로 나는 상장과 골, 혹은 직업을 얻었다? 어차피 빛이 바라고 썩어 없어질 육신의 것들입니다.  영원에 존재하는 신이 썩어 없어질 것에 가치를 둘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종교서적이 아닙니다. 특정 종교인을 대상으로 쓰인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타인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셈입니다. 종교 서적이 아님에도 일부 종교성을 띄었고, 갖고 있는 종교적 관점도 편협하고 수준 이하입니다. 스스로의 단점을 서문에서 드러내고 있어서 참 안타깝습니다.

둘째로 이런 내용은 기획 전문가들이 보는 책이 아니라 저 같은 입문자들에게 쥐어지는 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을 비롯한 해당 분야의 사전지식 없이 보기에는 업계 용어 혹은 영어가 남용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단어야 사전을 뒤져보면 되지만, 해당 단어가 사전적 의미보단, 업계에서 통용되는 의미가 어떠한지 개념적인 부분에서 약간 전달이 희미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대략 그냥 그렇구나 수준으로 넘어가며 읽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그 의미들이 뿌리박고 내려서 확실히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사전지식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는 부분이니 개인차가 존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할 만합니다

일단 책을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취지가 무척 좋습니다. 일부 아쉬움은 있지만, 그 아쉬움 때문에 버리기에는 훌륭한 접근법을 아낌없이 공개해주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 되어주는 내용들이 있어서 저자에게 무척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아직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기획의 정석 실전편도 곧 입수해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개념적인 부분을 어떻게 실무에 연결할지 무척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저자는 활동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강사로서 대중에게 나설 때 종교적인 내용을 주입하는 잘못만큼은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실전편에도 서문에서 종교성을 띈 이야기가 나온다면 무척 실망할 것 같네요…

송인서적 부도와 무너지는 출판계

송인서적 부도 기사를 접하고 출판계가 함께 몰락하게 될 것 같다는 전망을 보고 나니 참 착잡한 기분이 듭니다. 왜냐면 회사 하나가 무너지는게 아니라 관련 업종과 그에 따른 노동자들이 전부 실직하게 되리라는 큰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죠.
대략적으로 생각해봐도 일단 송인서적이라는 회사가 망하고, 관련된 200여개의 출판사가 부도의 여파로 줄줄이 도산할 가능성이 크고, 그 곳에서 일하던 사람, 외주를 받던 사람, 인쇄를 해주던 업체 등등 줄줄이 영향이 가는겁니다.

사실 출판업계는 항상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업계이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근본적으로 좀 이야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 ‘많이 못 벌어서 버티기 어렵다’가 아니라 ‘문을 닫아야한다’라는 의미로 봐야하는데요.

사실 근본적으로 양장본 위주의 출판 문화와 정가의 40%에 육박하는 대형서점 유통마진, 그리고 도서정가제가 무척이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에 따른 대안을 몇 가지 생각해봤는데요.

페이퍼북 , e북 활성화

굳이 양장본으로 만들 필요도 없는 책들도 무조건 하드커버에 묵직한 책으로 만드는게 좀 의아합니다. 불법복제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e북에 소극적인 출판문화도 사실 불만스럽고요. 내심 아마존이 적극적으로 한국 진출을 꾀함으로 인해 출판계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길 기대한 적도 있습니다만, 소식이 뜸하네요.

일단 손쉽게 잡지 사서 읽는 듯할 정도로 부담 없이 가벼운 페이퍼북 보급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디지털 파일로 출력 맡기는 판에 e북이 한참 뒤에 나오거나 아예 나오지 않는 경우도 좀 답답합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면 계속해서 캠페인도 벌이고 올바른 저작권 행사에 대한 법률도 강화하면서 건강한 문화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도서정가제 폐지

도서정가제는 사실 허울뿐인 제도입니다. 1년이내의 신간은 10%이내의 할인만 가능하다고는 합니다만, 적립금과 카드 할인, 쿠폰까지 끼어맞추면 이런 규제를 피해가는건 일도 아닙니다. 얼마전에 저도 1만5천원짜리 책을 5,500원에 무료배송으로 구입했습니다. 이런 유명무실한 제도는 사실상 동네서점들만 더 죽이는 판입니다. 잘 안팔리는 악성재고를 할인을 해서라도 좀 털게끔 해줘야겠죠.

최근 알라딘 중고서점이 사세를 확장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게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금전적인 문제도 크다는걸 반증하는 현상이 아닐까요.

대형서점은 규제를 하더라도 동네서점이라도 좀 규제를 풀어줘야 소상공인이 더 힘을 받지 않겠습니까? 항상 뭔가 거꾸로 간다는 느낌입니다. 밑바닥에서 올라오려는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계속 짓밟으려한다는건 단순히 저만의 피해의식일까요?

여가시간 확보를 위한 정시 퇴근 보장

출판계와 정시 퇴근이 무슨 관계가 있냐 싶겠습니다만, 사실 매일같이 야근하고 피로에 쩔어있는 사람들에게 독서까지 할 시간을 내라는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그 사람들은 정말 다른 것들을 다 미뤄두고 최우선으로 독서라는 취미를 지향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중적인 독서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여가시간도 충분히 확보가 되야합니다.

점점 책을 안 읽는 세태에 대해서 다들 정신이 해이해졌다는 식의 타박만 할게 아니라 독서 문화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선택의 폭을 제공해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독서는 사람에 따라 읽는 속도가 다르긴 해도 기본적으로 다른 문화생활에 비해서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형태의 취미입니다. 이야기를 곱씹으며 푹 빠져들기 위한 시간과 집중할 체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독서문화 장려를 위한 캠페인

과거에는 “책을 읽읍시다”와 같은 예능형태의 교양프로그램들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거의 전무하죠. 지금은 맛집탐방에 전부 푹 빠져있습니다. 매우 원초적인 욕구에 충실한 편성들이죠. 남성이건 여성이건 서로의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거나, 맛집을 탐방하거나 거의 같은 맥락입니다.

최근에 “서가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니 이런 문제성을 깨닫고 나온게 아닌가 싶은데요. 문화관광부같은데서 평창 올림픽과 말 타는데 쏟을 노력을 조금만 더 할애해서, 독서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인 문화형성을 위한 노력을 해야하는것 아닌가 싶습니다.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수단이 아니라 생각의 폭을 넓히고 인식을 개선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밑거름입니다.

교보문고의 창업자가 남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이를 아주 압축적으로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정말 사람들이 점점 상식과 배려를 망각하고 “진상”이란 이름으로 행패를 부리는 것도, 전부 생각의 폭이 좁아지고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기회주의자들을 몰아내야합니다

지식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교수네, 장관이네, 정치인이네 하며 자리잡고 앉아서 지식을 무기삼아 사람들을 제압하는 수단으로 일삼는 마당에 진정한 의미의 지식인이 어디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지식있는 사람은 즐비하나 지혜있는 사람이 없는 세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걸 알고 서로 배려하기 위한 양보의 미덕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이런 세태에 대해 올바른 비전을 제시해 줄 지혜로운 사람이 무척 필요한 세상입니다.

이미 故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피력했습니다만, 그 인문학이라는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모두 생각하는 힘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야겠죠. 그 힘은 독서를 통해서 길러지는거구요.

올바른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올바른 세상을 싫어합니다. 올바르지 못하고 속이 시커먼 사람들이 빛을 싫어하는 이유는, 빛이 오면 어두운 곳에 감추어 놓았던 것들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어두워야 자기가 시커멓다는걸 감출 수 있기 때문이죠. 더럽고 부패한 것들을 드러내줄, 빛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셈입니다.

출판업계의 정상화도 필요합니다

늘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생존을 위협하던 출판업계도 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을 돈벌이로만 보고 저작권 침해와 불법 복제, 인건비 후려치기 등 부정한 짓을 일삼던 사람들도 대거 정리될 필요도 있습니다. 좀 더 제대로 된 의식을 갖고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더 힘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케팅이 중요한 요소이긴 합니다만, 마케팅의 승리로 좋은 컨텐츠로 포장되는게 아니라, 좋은 컨텐츠이기 때문에 마케팅에 대한 부담 없이 판매가 수월한 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럴려면 무엇보다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컨텐츠 생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하고, 그럴려면 최소한 생계의 위협은 없어야겠죠.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돈을 벌기는 커녕 다들 굶어죽지 않으려고 이 업계를 떠나는 판입니다. 심각합니다 정말.

송인서적 그리고 출판업계의 몰락은 단순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넘어서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비롯되는 병폐의 결과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