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두상을 그릴 생각은 없었는데, 문득 ‘음 요즘 포마드로 넘긴 올백 머리가 무척 멋있던데’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사자 갈기가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다보니 좀 더 다양한 표정의 캐릭터로 발전시키고 싶더군요. 그러다가 그만 일이 커졌습니다.

폴리머클레이

언제나 그렇듯이 전 충동구매입니다.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데까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전부터 조형을 해보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터라 망설이기만 하던것이 발동걸린것 뿐이었거든요. 물론 조형을 배워본 적도 없고 가르침을 구할만한 사람도 없는지라 유튜브와 네이버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재료들을 물색하고 홍대 호미화방으로 뛰어가 이것저것 줏어왔습니다.

생각해보니 철사와 패드도 필요한데 어쩌지 싶었는데 역시 다이소에 다 있더군요. 이것저것 사갖고 와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조물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생각대로 잘 안되더군요. 너무 물러서 쉽게 뭉개지는게 영 다루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기분전환할겸 유튜브를 봤더니 대체로 쌓아가면서 형태를 만들어가더군요. 그래서 그런 방식으로 한번 만들어봤더니 대략 아래같이 형태가 그래도 조금씩 나오네요

폴리머클레이

누가 개냐고 물어보더군요. 물론 제가 봐도 개같긴 하네요 

 

그래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쪼물딱거리다보니 첫 작업치고는 그래도 그럭저럭 나온거 같아요. 경험치가 부족하니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일단 성질을 파악해가는 중이니 그것만으로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폴리머 클레이는 일단 오븐에 구워야 굳는 성질이라고 합니다만, 오븐이 없는 관계로 그냥 이대로 유지해둘 생각입니다. 작업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참고자료로써 형태 파악을 위해 만든것이니 디테일도 크게 더 욕심내고 싶진 않네요.

아무튼 대략 총 작업시간은 4~5시간 정도 걸린것 같습니다. 만지작 거리다보니 시간 휙휙 잘가네요. 다만 아쉬운 점은 빛반사나 간접적인 색영향을 덜 받겠거니 싶어서 회색을 찾다가, 없어서 프레모 실버를 집어왔는데 펄이 들어가서 손에 반짝반짝 펄이 뭍는게 영 마음에 안드네요.

내일은 다이소에서 니트릴 장갑을 사와서 끼고 해봐야겠어요. 새롭게 뭘 만들어 볼지 생각도 한번 해봐야겠네요. 당분간 재미나게 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이미 사온 클레이들만 소진하고나면 색깔있는 클레이들도 도전해봐야겠어요. 이것저것 섞다보면 색깔이 참 다양하게 나오더군요.

왜들 이렇게 폴리머클레이를 재미나게 하는지 좀 알 것 같습니다

누드 크로키

난생 처음 누드 크로키 라는 것을 해봤습니다. 누드 크로키의 목적은 빠른 시간 안에 특징을 잡아 동세와 형태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시간이 여유롭다면 그 이상의 것도 빠르게 시도해볼 수도 있겠죠. 아무튼 일반적인 상황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타인의  나신(裸身)을 바라본다는 것은 다소 편안한 상황은 아닙니다. 통상적인 인간 관계에서 – 그것도 초면에 – 흔히 허락되지 않는 특별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드라는 것을 공부하는 이유는 옷을 입은 사람을 그리더라도 그 옷 안의 형태를 파악해야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여튼 누드크로키를 처음 참가해서 모델을 마주하니, 사진을 보거나 토르소 석고상을 보고 그릴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근데 희한하게도 제 자신이 그렇게 행동했다는 것이 좀 의외였습니다만, 곧 아무렇지 않게 형태와 동세, 그리고 종이 위에서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지 판단할 겨를조차 없이 미친듯이 그려나가게 되더군요.  복잡한 생각따윈 다 내려놓고 빠르게 처리해야할 것들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다급한 기분이었습니다. 컨베이어벨트가 멈추지 않도록 서둘러서 일을 처리해야하는 것과같은 긴장감이랄까요.

그야말로 본능적으로 재료를 선택하고,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그려나가다보니 정말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붙잡고 늘어졌던 해부학이니 어쩌니 했던 것들을 송두리채 날려버리고 그냥 화구를 들고 종이를 긁어대고 문질러대기 바빴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흙장난 하듯 그 행위 자체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대단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짧고 그 안에 아주 원초적으로 표현해야하는 그 긴장감이 즐거웠습니다. 평소에는 해보지도 않았던, 쓰지도 않았던 재료들까지 다 끄집어 냈습니다. 미친듯이 정신없이 파스텔, 콘테, 연필, 붓을 긁어대고 나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선택

수고 해주셨던 모델 분에게 그림을 보여줘야할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벼라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실망하면 어쩌나’, ‘단 하나라도 맘에 안드는게 있으면 어쩌나’ 안절부절 불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3장을 골라가시기로 했는데 – 모델비 대신 작품으로 지불하기로 합의된 상태였습니다 – 5장이나 고르시더군요! 좀 아깝긴 하지만, 모델 분의 포즈에서 제가 평소에 표현하고 싶었던 감정들이 느껴져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기에 오히려 기쁘게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제 손에서 잠자고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잘 간직해주시는 편이 더 기쁠 것 같습니다.

여튼 전날 밤에 긴장감에 잠을 설쳐서 4시간 자고 – 제가 이렇게 소심한 인간입니다 –  그림을 그리고 나니 진이 빠지고 머리가 다 핑 돌고 어지러웠습니다. 그래도 뭔가 뿌듯하고 감동적이었어요. 이렇게 온전히 모든걸 다 잊고 그리는 행위 그 자체에 몰두 해본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그림을 그리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던 시간이었습니다.

피그마 아키타입 넥스트 Gray Color Ver.

피그마 아키타입 넥스트는 난생 처음 사보는 피규어입니다. 무척이나 관절 가동성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던지라 무척이나 탐내왔던 아이템입니다. 군침만 흘리다가 그냥 큰 맘먹고 질렀지요.

일단 남성 타입과 여성 타입 두가지로 구성 되어있고, 제가 알아본 바로는 하비팩토리가 35,200원으로 가장 저렴하네요. 홍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길래 현장에서 집어왔습니다. ㅎㅎ

여튼 피그마 아키 타입을 계속 이리저리 만져본 결과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스탠드 덕분에 무척이나 다이나믹하고 다양한 포즈를 구현하기가 쉽습니다. 인체에 대해서 다양한 사진 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델이 되어줄 피규어가 있다는 점이 무척 든든합니다. 사진 자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다양한 각도에서 포즈를 연구해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피그마 아키타입

이렇게 저렇게 포즈도 잡아보고 하다보니 한두시간은 훌쩍 가네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다양한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무척 만족스러운 품질입니다. 조금 더 다양하게 시간을 들여 테스트해보고 나중에 한 번 더 포스팅 해봐야겠습니다.

내구성은 얼마나 튼튼하게 버텨줄지도 궁금합니다. 아직까지는 크게 내구성에 대한 의심은 들지 않습니다. 아무튼 이제 좋은 모델들도 생겼으니 좀 더 열심히 그리는 일만 남았네요. 언젠가는 피그마 아키타입 피규어 없이도 자유롭게 인체를 구성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

아래 사진들은 제품 구성품과 영춘권에서 취할 수 있는 포즈를 구현해본 사진들입니다. 유연성을 많이 필요로 하는 포즈들이라 사실 사람이 실제 하기에도 오랜 연습을 통해 다듬어야하는 포즈들인데, 생각보다 포즈가 잘 만들어져서 만족스럽습니다.

제가 찾아본 바로는 하비팩토리가 2017년 2월 7일 현재로선 가장 저렴합니다. 이 금액보다 저렴하게 구매하실 수 있는 사이트를 발견하면 그쪽에서 구매하시길 바라겠습니다.